| 이집트 여행기 (9) - 알렉산드리아 우리 일행 셋과 키부츠 일행 셋은 잠들기에는 약간 좁은 버스 뒷자리에서 서로 어깨에 기대며 잠을 청했다. 운행 도중 버스가 고장나는 등의 사소한(!) 사고가 있긴 했지만, 9시간에 걸친 알렉산드리아로의 여정은 별일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 30분. 키부츠 일행 셋은 바로 카이로 쪽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 우리는 한솔 형과 한 약속도 있고, 무엇보다 다하브로 가는 버스는 저녁 시간에 있었기 때문에 알렉산드리아에 머물러야 했다. 일단 택시를 타고 알렉산드리아의 중심지인 사드 자그로울 광장으로 향했다. 카이로와 마찬가지로 알렉산드리아도 택시를 타고 시내 어딜 가든 5파운드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사드 자그로울 광장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은 일단 저녁까지 짐을 놓아 둘 숙소를 찾는 것. 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방 하나만 빌리기로 했다. 노르망디 호텔이라던가 하는 가이드북 추천 호텔들은 방이 없었다. 아무래도 부활절 기간이기 때문이었으리라. 결국 세 군데 호텔을 돌아다닌 끝에 기센 호텔이라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 명이 들어갔지만 사정을 설명하고 간신히 방을 얻을 수 있었다. 주인은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집트에서 코인 로커를 발견하는 일 같은 것은 애초에 바라지 않았던 것이고. 일단 셋 모두 샤워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야간 버스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단점도 있는 것. 2시간 정도 쉰 다음 슬슬 나가서 알렉산드리아를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의 목적지는 우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도서관까지 마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마차는 5파운드. 마차에는 건이와 정미 누나가 타고 나는 마부석 옆에 앉아서 간다. 마치 퍼레이드라도 하는 양 거리의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 보고.
![]() [도서관 앞에서 본 일본 리포터]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표를 사야 한다. 도서관 안에도 전시회라던가 상영관이라던가 볼거리가 이것저것 많아서 따로 표를 끊어야 했지만, 일단 들어가서 볼거리들이 재미있어 보이면 나와서 표를 사기로 하고 그냥 '입장'을 위한 표만 사기로 했다. ^-^; 도서관 앞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관광을 온 듯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동양 여자가 신기한 듯 정미 누나한테 몰려 들어서 'What'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 등 학교에서 배운 것 같은 영어를 한다. 마음씨 좋은 정미 누나는 일일이 다 상대해 주고, 마음씨 나쁜 필자는 새삼 좋은 사람이라는 건 정말 좋구나- 하며 감탄한다. 그리고 건이와 함께 이집트 여자 아이들한테도 차별받는 동양 남자들의 불쌍한 신세도 한탄해 준다. 도서관은 층별 구성이다. 약 8~9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각층마다 각각 다른 분류의 장서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층마다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어 입구 쪽의 데스크에 등록하면 인터넷 사용도 가능하다. 대부분 아랍어와 영어 장서이기 때문에 책을 볼 일은 없었고(!), 그동안 못했던 인터넷을 즐겼다. 정미 누나는 어디론가 사라졌나 했더니 인체학 쪽 장서를 둘러보고 있었다. 물리치료사다운 장르로군, 하고 끄덕끄덕. 도서관 한복판에는 마침 투탕카문 무덤에서 발굴된 고대 이집트의 의복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파라오의 의복을 골라 사진도 찰칵찰칵. ![]() [요렇게 생겼다]
![]() [파라오 씨가 입던 옷]
오후 1시 쯤, 밀려오는 시장기도 그렇고 오후 2시에 사드 자그로울 광장의 KFC에서 한솔 형을 만나기로 한 약속도 그렇고 해서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갈 때는 택시를 탔다. KFC에 들어가 무엇을 먹을가에 대한 심층 토론을 10여분 정도 진행한 후, 결국 메뉴판에 있는 것 중 가장 큰 메뉴를 골라 시켰다. 거기에 포함된 사이드 메뉴를 이것저것 바꿔달라고 요구하자 매니저는 약간 난감한 표정. 그러나 이미 우리 셋은 난감한 표정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는 철면피가 되어 있었던 것.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종업원이 트레이 두 개에 세트 메뉴의 구성물을 수북히 담아 온다. 외국에 나가면 꼭 패스트푸드점은 한 번 가보는 필자, 이집트의 패스트푸드점에서 발견한 색다른 점은 '물수건'이었다. 물수건에 아랍 특유의 '마살라' 향이 묻어 있던 것. 이, 이녀석들 마살라를 물수건에도!! 라며 세 사람은 혀를 내두른다. ![]() [KFC에서 내려다본 사드 자그로울 광장]
오후 2시 40분, 아무리 기다려도 한솔 형은 오지 않고 빵빵하게 틀어놓은 에어콘 탓으로 점점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호텔로 철수하기로 하고 메모지에 우리 호텔 위치를 써서 혹시 한국 사람이 오면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매니저에게 맡겨 놓았다. 이리저리 거리를 돌아보다 호텔로 들어가는데, 이게 왠일, 한솔 형이 거기 서 있지 않겠는가. 알고 보니 불과 5분 차이로 길이 엇갈렸던 것. 한솔 형은 바로 호텔로 달려왔고 우리는 거리를 방황하다 들어왔기 때문에 한솔 형이 먼저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다행이다- 라고 서로에게 말하며 우리의 좁은 방으로 들어갔다. 호텔 주인의 얼굴은 아침보다 더욱 난감한 표정, 그도 그럴 것이 더블룸 하나 잡아놓고 네 명이 들어가 있으니.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철면피 트리오!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방 안에서 얘기를 나눈다. 한솔 형은 오후 7시 반 기차로 카이로로 내려가 룩소르, 아스완, 아부심벨을 돌아본다고 한다. 마지막이고 하니 나가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우리는 오후 9시 반 샤름 알 세이크 행 버스를 타고 샤름 알 세이크에서 다하브 행 버스로 갈아타는 일정. 건이가 알렉산드리아 어시장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어시장 주변 레스토랑은 뭔가 싸면서 신선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다들 어시장으로 가자는 데 동의. 호텔을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Fish Market'을 아냐고 물었더니 오케이란다. 5파운드라는 가격이 허무하게도 1분 정도만에 도착한 Fish Market. 그렇다. 분명히 Fish Market이었다. 하지만, "Fish Market" 레스토랑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꽤나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 어시장은 어디 가고 레스토랑이 나왔냐아-! 넷은 잠시 길에 서서 고민한다. 얼마나 비쌀까? 정장 안 입으면 못 들어가는 거 아냐? 궁시렁궁시렁... 결국 눈 딱 감고 한 번 사치하기로 한다. 너무 비싸면 일단 카드로 긁은 후 대처 방안을 생각해 보기로 하고. 들어가니 심지어 창밖으로 지중해가 보이는 정식 레스토랑이다. 웨이트리스에게 안내 받아 자리에 앉는다. 샐러드는 일단 기본이고, 막 잡아온 수산물을 손님이 고르면 그 자리에서 요리를 해서 서빙하는 시스템. ![]() [대략 눈이 휘둥그레]
원래 랍스터 요리를 먹어보자! 하고 온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은 랍스터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건이는 대하 1kg(21마리), 정미 누나는 게 1kg, 필자는 붉돔 한 마리, 한솔 형은 조개와 해산물 라이스를 시켰다. 거의 모든 종류의 해산물을 프라이와 구이로 나누어서 시킬 수 있다. ![]() [대하. 먹는데 정신팔려서 초점 맞추는 걸 잊었다] ![]() [게. 뒤편으로는 머리만 남은 대하]
이집트 요리에는 큰 불만 없이, 아니 오히려 맛있게 먹어왔던 필자지만 이날은 정말 입이 호강하는 날이었다. 대하의 부드러운 살, 게 안에 꽉찬 알, 붉돔의 담백한 흰살, 해산물의 비린내는 찾아볼 수 없이 조화로운 해산물 라이스. 거기에 400파운드라는 가격. 이집트에서는 물론 엄청난 가격이지만, 한국에서는 도저히 6만 8천원으로 4명이 이렇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기쁘게 했다. 정말 배가 터질 때까지 먹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어서 남길 때는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5 | 베드로 환상교회(The Church of St. Peter)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베드로 환상교회(The Church of St. Peter) | 4340 | ||
| 34 | 이집트 여행기 (10) - 다하브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10) - 다하브 | 6173 | ||
| » | 이집트 여행기 (9) - 알렉산드리아 " rel="http://www.whitesoul.com/zbxe/files/cache/thumbnails/365/001/90x90.crop.jpg"|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9) - 알렉산드리아 | 5720 | ||
| 32 | 이집트 여행기 (8) - 시와 마을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8) - 시와 마을 | 5539 | ||
| 31 | 이집트 여행기 (7) - 시와 오아시스 後篇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7) - 시와 오아시스 後篇 | 5836 | ||
| 30 | 이집트 여행기 (6) - 시와 오아시스 前篇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6) - 시와 오아시스 前篇 | 5003 | ||
| 29 | 이집트 여행기 (5) - 마르사 알람, 후루가다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5) - 마르사 알람, 후루가다 | 5032 | ||
| 28 | 이집트 여행기 (4) - 아스완, 아부심벨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4) - 아스완, 아부심벨 | 5654 | ||
| 27 | 이집트 여행기 (3) - 룩소르 2일차 (룩소르 서안)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3) - 룩소르 2일차 (룩소르 서안) | 4982 | ||
| 26 | 이집트 여행기 (2) - 룩소르 1일차 (룩소르 동안) " rel=""|cond="$document->thumbnailExists()">이집트 여행기 (2) - 룩소르 1일차 (룩소르 동안) | 42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