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기 (1) - 이집트 가는 길


아침 7시 반에 예루살렘을 떠나는 카이로 행 미니 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기 시작한다. 버스는 텔아비브를 거쳐 에일랏으로 향한다. 이스라엘도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키부츠 - 자급자족 공동체는 이런 사막의 황량함을 극복하고 만들어졌기에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비록 요즘에는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듣지는 못하고 있지만.

[에일랏 부근의 키부츠]


에일랏에 도착했는데 버스가 고장나 버렸다. 아무래도 과속이 원인인 듯, 하얀색의 배기가스가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었다. 타바 국경이 거의 눈앞에 있는데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약간 짜증나게 했지만, 건너편의 아카바에 매달린 커다란 요르단 국기가 그 짜증을 달래 주었다.

[아카바의 요르단 국기]


나처럼 혼자 여행 중이었던 호주 아가씨 한 명과 이래저래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금새 다른 버스가 와서 우리를 타바 국경으로 데려갔다. 타바 국경을 넘는 것은 간단했지만, 여행사 직원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이집트 쪽 국경 통과도 역시 간단. 국경 검문소에서는 이집트 쪽 여행사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타바에서 카이로로 데려다 줄 사람들이다. 나는 쉽게 통과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붙잡혀 있던 관계로 결국 3~40분 후에나 타바 국경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이집트 시간에 맞추기 위해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린 후, 옆에 앉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프랑스 계 유대인 할아버지와 짧은 히브리어 실력으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고 창 밖을 구경했다. 시나이 반도의 사막은 왠지 이스라엘의 그것과 유사했다. 조금 가다 보니 벌써 해가 질 시간. 사막의 저편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다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시나이의 일몰]


버스가 잠시 쉬어가기 위해 들린 휴게소.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하려 했던 것이 실수였다. 말도 안 되는 식사 - 밥, 간이 안 된 고기 두 덩이가 들은 국, 오이와 토마토만 올려져 있는 '샐러드'를 스텐레스 그릇에 던져놓고 30파운드를 부르는 이집션과 한참 실랑이를 했다. 결국 영어로 이것저것 욕을 하며 15파운드를 던지고 나왔다. 험난한 '흥정 여로'의 첫 출발이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정도 식사에는 10파운드면 족했다는...

아무튼 나쁜 기분을 달래가며 밤 11시에 카이로에 위치한 쉐라튼 호텔에 도착했다. 카이로에서 룩소르로 가는 기차는 밤 12시 30분, 이제 이 호텔에서 람세스 중앙역으로 가야 한다. 호텔 주변의 택시들은 담합이라도 한 듯 20파운드의 가격에서 절대 물러날 줄 몰랐다. 어이... 20파운드면 한국돈으로 3400원이잖냐!! 택시 타는 걸 포기하고 호텔 직원에게 람세스 중앙역으로 가는 길을 물은 후 걷기 시작했다. 두 다리, 아직 튼튼합니다~!

걷고 있자니 영어를 못하는 택시 한 대가 빵빵거리며 다가왔다. 한 번 타볼까 하고 람세스 스테이션~을 외쳤다. 알아들은 건지 못 알아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10파운드를 제시한다. 나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며 5파운드를 외쳤다. 다시 택시기사는 7파운드를 제시한다. 나는 됐다고 등을 보이며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택시기사는 조금 망설이더니 다시 따라와 경적을 울리며 5파운드에 ok를 부른다. 길도 잘 모르고 해서 택시를 타기로 결정.

택시를 타고 보니 쉐라튼 호텔에서 람세스 역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다. 이 한밤중에 걸어갔다면 후회했을 거야- 라고 자신의 선택에 만족감을 표시. 그나저나 카이로의 교통은 듣던대로 퍽이나 복잡하다. 우선 차선이 없어서 차들이 마음대로 다닌다. 게다가 15초에 한 번씩 울리도록 법으로 지정된 듯한 경적 소리들. 그나마 회전 교차로라도 없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이드 북의 지도를 펴고 람세스 스테이션을 손으로 가리키며 택시기사에게 다시 목적지를 확인 시키고 거리 감상에 빠진다.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구나- 왼쪽으로 국립 박물관이 지나간다. 박물관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성격이라 그저 그런 느낌. 조금 더 가니 람세스 역이 나왔다. 5파운드를 내고 '땡큐-'하며 내렸다. 사람 좋아 보이는 기사는 씨익 웃고 다시 자기 갈 길을 간다.

람세스 역을 가기 위해서는 길을 건너야 했다. 말로만 듣던 '카이로에서 길 건너기'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순간. 오호- 이거 정말 대책없는 일인걸. 일단 신호등도 없고, 차들도 많아서 틈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 한국과 이스라엘에서 각종 방법의 무단횡단을 자행하던 몸이다. 왼쪽과 오른쪽에 현지인들을 끼고 잽싸게 길을 건넌다. 물론 뛰지는 않는다 - 무단횡단의 달인에게 '달려서 건너기'라는 것은 수치일 따름. 응? 불법 행위는 하지 말라고? 애초에 인간이 있은 다음에 차가 있는 것이지, 차가 있은 다음에 인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차가 방해한다면 그야말로 무례한 일이 아니겠는가. (어이, 궤변은 그만 두라고)

람세스 역이다. 아무런 개찰구 같은 것도 없이 바로 선로가 나타나 살짝 당황. 하지만 휙휙 둘러보고 안내원에게 룩소르 가는 열차표 파는 곳을 물어보았다. 9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9번은 어딜까 어딜까- 지하도를 건너 9번 플랫폼으로 건너갔다.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갔다. 그 순간, JESUS CHRIST.... 이집트 역시 이스라엘 못지 않게 줄서기 문화는 실종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이집션들 사이에서 표를 살 수 없던 필자. 쿨럭대며 패퇴했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표를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과연 앉아서 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그런데, 어이어이.. 12시 반 기차가 어째서 1시 반에 오는 거냐! 한 시간 동안 카이로의 추운 밤공기에 떨며 몸을 웅크리고 시계만 연신 바라보며 기차를 기다린 필자. 젠장젠장... 대충 1등석에 올라타서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는 것도 잠시, 10분만에 자리 주인에게 쫓겨나서 다른 의자로 옮겨갔다. -_-; 과연 이 자리는 사수할 수 있을까나...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 차장이 와서 표검사를 시작했다. 차장에게 간단하게 표를 못 샀는데 여기서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내젓는다. 이런 젠장... 중간에 내려야 하는 건가, 하고 좌절하고 있는 데 차장이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 같은 것을 띡띡 누르더니 표값을 내란다. 이 차장, 단지 영어를 못하는 것이었다. -_-; 아무튼 국제 학생증을 보여주고 학생할인까지 받아서 룩소르행 1등석에 편안히 몸을 싣고 갈 수 있었다는 -_-V 물론 에어컨 때문에 밤새 추위에 떨며 가긴 했지만 말이다.

[이것이 이집트 열차의 1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