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기 (7) - 시와 오아시스 後篇

 

사막 투어의 아침이 밝았다. 네 명은 어제 정미 누나가 말했던 대로 이리저리 돌아보며 투어의 가격을 알아보고 있었다. 알아 보니 사막 입장료는 동일, 팜트리 호텔이라는 곳의 투어는 70파운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넷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본 결과, 굳이 팜트리 호텔 투어를 따라가기 보다는 그 가격을 들이밀고 요세프 호텔과 협상을 해 보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엔 호텔 주인이 친절한 까닭도 있었다.

일단 아침을 먹기로 한다.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 - 이라지만 그냥 식당 - 에서 아침을 먹는다. 샥슈칸-이라는 음식을 시와에 와서야 처음 먹어본 필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밥과 함께 게눈 감추듯 먹어 버렸다. 이 때, 우리의 눈에 들어온, 정처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한국인 한 명 - 우리에게 와서 말을 건다. 보아하니 투어에 같이 동행할 사람을 찾고 있는 듯 하다. 어차피 호텔은 다르지만 체크아웃 하고 나와서 이쪽 투어에 참여하면 그만이다. 인상도 선량해 보이고 해서 넷은 흔쾌히 허락한다 - 사실 노조미 씨는 뭔가 '일본인'답게 자기 의견을 잘 말하지 않긴 했지만. 이 사람, 이름은 한솔, 80년생. 건이와 정미 누나가 체크 아웃 하고 와요- 라고 하니 정말 잽싸게 체크아웃 하고 왔다. 그런데, 이 사람 짐이 정말 장난 아니다! 뭐에요, 대체- 하고 물어보니 이집트에서부터 케냐와 탄자니아를 돌고 킬리만자로를 오를 생각이란다. 그래서 여름옷부터 겨울옷까지 일체 구비, 게다가 카메라는 DSLR. 허-억이다. 참고로 필자의 여행 가방은 일반 학생용 백팩의 2/3이 전부. 뭔가 불쌍하다. 일단 짐은 건이 방에 같이 넣어 놓기로 하고 다섯 명이 우르르 요세프 호텔로 몰려 간다.

[이 사람이 한솔이 형]


호텔 주인에게 이러쿵 저러쿵 말을 꺼내놓으니 뭔가 난색을 표한다. 정미 누님의 막무가내 파워로 결국 바베큐 포함 80파운드에 낙찰. (바베큐 포함 투어의 원래 가격은 90파운드) 바베큐 말고도 따로 감자나 소세지 등을 구워 먹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다섯 명이 10파운드씩 내고 감자 1kg와 커다란 소세지 한 줄, 그리고 멜론 세 통을 샀다. 떠날 준비 완료!

오후 2시, 요세프 호텔 앞으로 지프가 왔다. 우리 일행 다섯 명과 이집트인 부부를 합쳐 모두 7명. 부부 중 부인 쪽은 미국 출신이라고. 이 이집트 부부, 의도치 않게 필자의 사진에 모델로 쓰이게 된다. 어쨌든 출발한다~ 즐거운 사막 투어, 시작해 보죠! 이집트인 부부는 운전석 옆에 앉았고, 우리 다섯 명은 중간의 세 자리와 뒷자리에 나눠 앉았다. 필자와 건이가 앉은 뒷자리는 뭔가 애매한 넓이였지만, 둘은 나름대로 일등석이라며 서로를 위안했다. 그런데, 우리 지프 옆에 두 대의 지프가 같이 달린다. 슥- 보니 '팜트리 호텔'이라고 써 있는 픽업트럭 형태의 지프. 손님들은 지프 뒤에 양 옆으로 길게 뻗은 '나무의자'에 앉아서 간다. 우리 쪽은 당연히 지프 내부의 시트. 순간 요세프 호텔 주인에게 매우 미안해졌다. 결국 가격의 차이는 질의 차이였구나, 라며 다섯 명은 수근수근.

첫번째 사진 지점에 도달한다. 끝없이 뻗은 모래 언덕, 그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두 가지 다른 색깔 뿐, 주위를 둘러봐도 다른 사물은 찾을 수 없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시와 오아시스인가. 오아시스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하긴, 저 정도 크기가 아니면 이 정도 마을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갑자기 정미 누나는 모래 위에 앉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알고 보니 이 누나, 종잡을 수 없는 코믹 캐릭터였던 것.

[끝없는 모래 언덕]

 

[언덕에서 보이는 시와 오아시스]


[챠챠를 닮은 정미 누나]


첫번째 포인트를 지나 지프는 다시 달린다. 운전하는 이집트 사람의 운전 실력은 그야말로 일품. 아무리 4륜구동이라고 해도 모래 위를 달리는 것이 만만치 않을 텐데 빠지지도 않고 잘 달린다. 게다가 급경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마치 롤러 코스터 탄 것처럼 서비스까지 해 주는 센스. 오를 때마다, 그리고 떨어질 때마다 우리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아저씨 나이스-를 연발했다. (한국어로 하면 알아 들을까?) 그러길 몇 차례, 다음 포인트인 '콜드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이 곳은 사막에 있는 작은 호수. 가운데의 깊이가 얼마 되는지 모르지만 발은 닿지 않는다. 따라서 '호수' (사전적 정의로는 깊이 5m 이상을 호수라 하고, 5m 이하는 늪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발만 담근다거나 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다가 약 20분 정도 머무르다 간다고 해서 잽싸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풍덩~. 수영을 좋아하는 필자, 오오- 하는 감탄을 연발하며 개구리처럼 돌아 다닌다.

[Cold Spring]


운전사 아저씨가 이제 시간이 다 됐어요- 라고 해서 슥슥 물기를 닦고 지프에 앉는다. 같이 물에 뛰어들었던 한솔 형이 건이 대신 일등석으로 축출 당했다. 다음 포인트는 '핫 오아시스'. 사막에 온천이 있어 봤자지- 라고 했는데, 이게 은근히 뜨겁다. 이스라엘 갈릴리에 있는 하마트 티베리아 온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하마트 티베리아 온천: 공중목욕탕의 온탕-_-) 온천의 나라 일본에서 온 노조미 씨는 웃통을 벗더니 스고이-를 연발하며 온천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인 네 명도 발을 담그고 꺄꺄-거리며 온천을 즐겼다. 우리 말고도 현지인들로 보이는 가족들이 몇 팀 와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꼬마 애들도 있길래 사진도 한 장 찍어 주고.

[Hot Spring]



[천진'악랄'한 이집트 꼬마 아이들]


다음 포인트는 '화석의 산', Fossil Mount였다. '-였다'라는 말에는 그 때 당시에는 몰랐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그렇다, 우리 일행은 여기가 화석의 산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저 주위를 둘러 보며 감탄하고 사진 찍기에 바빴던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인 부부는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화석을 들고 나타났다. 젠장! 우리도 챙겼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화석을 포기해도 괜찮을 정도로 주변 경관은 멋있었다. 뭐랄까, 사실 '멋있다'는 단어는 그 때 받은 느낌을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아니, 사실 어떤 단어로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언어의 한계, 라는 걸까나.

[화석의 산 언덕, 혹자의 의견에 따르면 여성 신체의 곡선 같다나]



[내가 처음 밟았다!!]



[시체 흉내내는 건이]


[옷 좀 잘 입고 올 걸~ ㅠ_ㅠ]


[그래도 몸에 밴 모델 기질은 사라지지 않고]


[정미 누나가 주문한 포즈 ㅋㅋ]



[정미 누나 본인의 사진]

사막 투어의 마지막 포인트, 바로 샌드보드의 언덕이다. 샌드보딩은 모래 언덕에서 스노우보드처럼 생긴 보드를 타고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 정말 그 언덕은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게 경사가 급하고 높았다. 건이는 자기가 맨 처음 타겠다고 자청하고 슝- 내려갔다. 경과 시간 불과 3초. 하지만, 샌드보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시 올라오기 힘들다'는 데에 있었다. 올라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7~10분 가량. 나름대로 무게가 나가는 보드를 짊어지고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올라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필자는 '계곡보다는 능선이 힘이 덜 들다'라는 등산 지식을 활용, 나름대로 능선처럼 보이는 쪽을 선택해서 올라가려 했으나, '능선은 계곡보다 거리가 멀다'는, 세트로 붙어다니는 지식을 잊었던 죄로 악전고투하며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대략 이 정도의 언덕이다]


이 포인트의 진짜 의미는 사실 샌드보드보다는 사막의 높은 곳에서 둘러보는 경치에 있다. 그리고 시간도 어느덧 해가 질 무렵. 모래 벌판으로 지는 태양의 모습은 감동, 그리고 또 감동.

[와인이라면, 오벨리스크... 라는 광고 문구를 탄생시킨 사진]


[일몰을 바라보는 이집트 부부. 사실 이외에도 많은 사진에 모델로 등장]


우리가 호텔에 맡겨 놓은 물과 식량을 가지러 갔던 운전사 아저씨가 돌아왔다. 이제 해도 완전히 지고, 목적지는 우리가 1박을 할 베두윈 캠프. 5분 가량 밤의 사막길을 헤치고 가니 캠프가 나왔다. 텐트는 좁은 듯 하면서도 넓었다. 밖에서 보면 쓰러져 가는 오두막 같이 생겼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넓고 편안한 느낌. 마치 마술텐트 같다. 텐트 앞에 있는 작은 캠프파이어에 불을 붙이고 베두윈 아저씨들이 놓고 간 장작을 땐다. 멋있다-, 예쁘다-, 좋다- 를 남발하는 사이에 벌써 바베큐를 포함한 저녁 식사가 다 되었다. 텐트 안에 있는 식탁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 솜씨 좋은 베두윈 아저씨의 서빙(!)을 받아가며 밥을 먹기 시작한다. 분명 평범한 곳에서 먹었으면 그저 그랬을 식사지만, 이런 장소에서 먹으면 별미로 변하게 되는 법. 밥도 맛있게 먹고, 촛불 아래서 사진도 찍어 본다. ^-^




밥을 먹고 다시 캠프파이어 하는 곳으로 나간다. 불은 이미 다 사그라들었다. 노조미 씨가 어디에선가 갑자기 땔나무를 구해 온다. 그리고는 다시 불을 살려 2차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사막의 하늘엔, 당연히도 별이 쏟아지게 많다. 내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별자리가 별들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만큼. 건이와 내가 전갈자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놓고 심층토론을 벌이고 있자, 노트북의 별자리 프로그램을 동원한 노조미 씨의 한 마디, "아직 안 나왔어요." 둘은 좌절 모드로. 정미 누나는 감자를 구워 먹자며 성화를 부리고 있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알루미늄 호일을 구해 온 건이, 감자를 둘둘 싸사 타고 있는 나무 밑에 잘 넣어 놓는다.


[요런 정도의 캠프파이어]


별자리 점을 볼 줄 안다는 노조미 씨의 주위로 호기심 많은 여덟 개의 눈이 모여들었으나, "영어로 설명을 못 하겠네요-"라는 말에 실망. 그래도 별을 보고 있는 것은 즐겁다. 주위에는 별보기를 방해하는 불빛도 없고, 하늘 역시 공해 없이 맑다. 잠시 천문학자의 꿈을 가졌던 필자는 목 아픈 줄 모르고 계속 하늘만 바라본다. 한솔 형은 DSLR로 별 사진을 찍어 보겠다며 필자의 삼각대를 빌려 악전고투 중. 정미 누나는 계속 감자에만 관심을 보이는 듯 하고.

지성이면 감천인지, 그러던 와중에 감자가 다 익었다. 건이가 가져 온 회심의 이집트 와인 '오벨리스크'-_-를 꺼내어 와인 한 잔 씩. 여자친구랑 다시 와야지- 하는 건이의 신세 한탄에 묵묵히 동조하며 글래스를 기울인다. 이래저래 기분 좋고 평안한 사막의 밤. 화장실 가는 데 필자를 끌고 가서 정작 저 멀리 서 있으라고 하는 정미 누나의 폭군 같은 행동도 즐겁기만 한 밤이었다.

[겉은 요렇게 허름해도,]


[안은 아담하고 예쁘다]


[캠프파이어의 장소]